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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파파의 육아일기

[육아일기] 갑작스러운 아기의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진단, 그리고 회복까지의 기록

by 쏘파파 2025.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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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우리 아기의 몸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피부가 원래 민감하고 건조해서 발진도 자주 올라오는 아이라, 그냥 땀띠겠지 싶었죠.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반점이 점점 늘어났고, 단순한 발진이라기보다 붉은 점 같은 자국으로 보였습니다. 그 순간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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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에서 응급실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앞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진료실에서 원장님은 아기를 보시더니, “바이러스성 발진일 수도 있지만, 혈소판 감소로 인한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피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문제는 소아과에서는 검사 결과가 하루 뒤에나 나온다는 것. 원장님은 신속하게 소견서를 써주며 대학병원 응급실로 바로 가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아내와 저는 순간 멍해졌지만, 곧바로 짐을 챙겨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가는 차 안에서 아내는 ‘혈소판 감소증’을 검색했고, 글자 하나하나가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상 혈소판 수치는 20만~40만 정도인데, 만약 1만 미만으로 떨어지면 입 안에도 점상출혈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돌아보니 우리 아기 입 안에도 빨간 점이 있었고, 그 사실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습니다.


응급실에서의 진단

분당서울대병원은 어린이 응급실이 따로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어린이 응급실에는 환자가 없어 바로 침대 배정을 받고 검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의 작은 발등에서 채혈을 하는 순간… 부모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팠습니다. 아직 돌도 안 된 아기가 조그만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버티는데, 울음도 크게 터뜨리지 않고 씩씩하게 견디는 모습에 오히려 저희가 더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두 시간은 그렇게 참 길었습니다. 결과지를 받아든 순간, 원장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 혈소판 수치: 4천
정상치의 1/50에 불과한 숫자. 결국 우리 아기는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ITP) 진단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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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이란?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ITP, 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은 명확한 원인 없이 면역체계가 혈소판을 공격해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질환입니다.

  • 정상 혈소판 수치: 20만~40만
  • 위험 신호: 1만 미만 → 입안 점상출혈, 멍, 붉은 반점
  • 위험성: 통증이 없어 발견이 늦어질 수 있으며, 두부·복부 출혈 시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음
  • 치료법: 면역글로불린(IVIG) 주사나 스테로이드로 면역 반응을 조절해 혈소판 수치 회복

아기들은 특히 뒤집다 머리를 부딪히는 일도 잦기 때문에, 혈소판이 낮으면 아주 작은 충격에도 큰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입원과 치료

혈소판 수치가 너무 낮았기에 응급실에서 곧바로 면역글로불린(IVIG) 투여를 시작했습니다. 아기에게는 체중에 맞게 아주 천천히 소량부터 약을 투여해야 했습니다.

저는 급히 집으로 돌아가 입원 준비를 했습니다. 분유, 젖병, 분유포트기, 기저귀, 아내의 옷가지까지…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 왔으니 정말 전쟁 같았죠. 아내는 그 사이 병실 배정을 받았는데, 2인실을 원했지만 자리가 없어 5인실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보호자는 1명만 상주 가능했기에, 결국 아내가 아기 곁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치료 과정의 긴장된 나날

  • 입원 1일차: 면역글로불린 투여 시작. 아기는 평소 활발하게 구르던 모습 대신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부어오른 작은 손발을 보며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 입원 2일차: 혈소판 수치가 4만까지 회복. 그러나 정상까지는 아직 멀었기에 하루 더 투여를 이어갔습니다. 결과지를 기다리는 2시간은 또다시 지독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 입원 3일차: 드디어 혈소판 수치가 15만으로 올라와 퇴원 판정을 받았습니다. 퇴원 수속은 4시간이나 걸렸지만,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퇴원 이후, 다시 정상으로

한 달 뒤 경과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검사 결과는 45만. 완전히 정상 범위로 회복된 수치였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고, 우리가 겪은 이 시간이 얼마나 큰 두려움이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빠의 기록과 전하고 싶은 말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은 통증이 없어 초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작은 붉은 반점, 입 안 점상출혈 같은 신호가 아니면 눈치채기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우리 아기도 지금은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집에서도 헬멧을 쓰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작은 안전이 아이에게는 큰 보호가 되니까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 중에, 우리와 같은 진단을 받고 불안에 떨고 계신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건 결코 부모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치료 과정을 차분히 밟아가면 아이는 금세 정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활기찬 모습을 되찾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병원에서도 씩씩하게 치료를 받아내는 작은 영웅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부모님도 불안보다는 믿음을, 두려움보다는 따뜻한 웃음을 함께 나누셨으면 합니다.


오늘의 교훈 ✍️

  • 아기 몸의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말고 빠르게 병원으로 가야 한다.
  • 혈소판 감소증은 통증이 없어 더 조심해야 한다.
  • 불안해하기보다 침착하게 치료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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