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트라우마, 그리고 잊혀진 단어
2017년 겨울이었습니다. 식당에서도, 지하철에서도, 회사 탕비실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정체 모를 코인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만에 몇십 퍼센트가 올랐다느니, 누구는 퇴사를 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들려왔죠. 저도 그 버스에 올라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블록체인이 뭔지, 백서가 뭔지 공부도 별로 안 했습니다. 그냥 그 뜨거운 분위기와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쓸려 소중한 돈을 밀어 넣었습니다.
결과는 아마 여러분이 예상하신 그대로입니다. 모두가 환호하던 고점에서 물렸고, 파란 불이 뜬 계좌를 보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존버’를 외치며 버티다 결국 지쳐서 바닥에서 팔아버렸죠. 그 후로 한동안 ‘코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듣기 싫었습니다. 뉴스에서 비트코인 이야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렸어요. 그 이후로 약 5년간, 코인은 제 인생에서 완벽하게 없는 것으로 취급하며 살았습니다.
파이썬, 노가다 속에서 발견한 마법
그렇게 코인과 담을 쌓고 살던 중, 파이썬(Python)을 배우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자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습니다.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정말 별별 업무를 다 해야 했거든요. 서비스 기획도 하고, 지표 데이터도 만지고, 매일 반복되는 간단한 자동화 작업도 제 몫이었습니다. 수만 줄의 엑셀 데이터를 복사하고 붙여넣는 이른바 ‘노가다’에 지쳐갈 때쯤, 어쩌다 보니 파이썬을 배우게 됐어요. 처음엔 그저 퇴근 시간을 30분이라도 앞당겨보고자 시작한 업무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파이썬의 문법을 하나둘 알게 되니까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2시간씩 걸리던 엑셀 작업이 단 5초짜리 스크립트로 끝났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반복적인 건 얼마든지 자동화할 수 있고, 웹상의 수많은 데이터를 긁어올 수 있고,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원하는 조건들을 코드로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제 손에 마법 지팡이가 쥐어진 것처럼, 할 수 있는 게 갑자기 너무 많아진 기분이었어요.
잠들지 않는 시장, 그리고 API의 발견
그러다 문득 알게 됐습니다. 제가 쳐다보기도 싫어했던 그 코인 거래소들에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코드로 거래소에 직접 명령을 내리고 데이터를 받아올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24시간, 장마감이 없다.”
주식 투자를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한국 주식은 오전 9시에 열리고 오후 3시 반에 닫힙니다. 미국 주식을 하려면 우리나라 시간으로 깊은 밤에 열리기 때문에 잠을 줄이거나, 피곤한 눈을 비비며 화면을 끊임없이 봐야 하죠. 직장인에겐 너무나 가혹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코인 마켓은 달랐습니다. 365일, 24시간, 주말도, 명절도 없이 돌아갑니다. 인간의 체력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이 지독한 시장이, 역설적으로 **’인간이 하기 힘든 걸 코드가 대신할 수 있는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무대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2022년쯤부터 제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진지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내가 자는 동안에도 내 코드가 차트를 감시하고, 조건에 맞춰 자동매매를 한다면 수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엑셀 부자의 꿈, 복리의 마법
당시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심장을 뛰게 했던 숫자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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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 1% 수익: 30일이면 약 34.8% 수익. 1년이면 원금이 약 37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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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 수익: 30일이면 약 81% 수익. 1년이면 원금이 약 1,377배.
이른바 ‘엑셀 부자’의 함정이죠. 물론 현실의 시장은 엑셀 수식처럼 단순하고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주문이 밀리는 슬리피지(Slippage)가 있고, 거래 수수료가 갉아먹고, 예상치 못한 폭락장에 대비한 뼈아픈 손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성만큼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습니다.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수익을 꾸준히, 그리고 기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복리의 힘’이 나머지 마법을 부려줄 거라는 생각이었죠.
감정이 없는 투자자, 퀀트에 빠지다
그날부터 퇴근 후엔 유튜브와 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코인 단타 전략, 차트 패턴 분석, RSI나 볼린저밴드 같은 보조지표 활용법부터 퀀트(Quant) 투자 방법론까지 가리지 않고 흡수했습니다. 영상 하나를 보면 연관 영상 열 개가 나오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늪 안에서 꽤 오래 헤맸죠.
책도 여러 권 샀는데, 그중 가장 제 뼈를 때리고 많이 읽게 한 것이 퀀트투자 바이블 부류의 서적들이었습니다. 감이나 뉴스에 의존하는 투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데이터와 규칙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을 대하는 방법론. 그 핵심 메시지는 너무나도 명쾌하고 단순했습니다.
“감정 없이, 조건이 맞으면 들어가고, 조건이 맞으면 나온다.”
인간은 절대 이걸 못 합니다. 손실이 나면 본전 생각에 미련하게 버티고, 수익이 나면 더 먹고 싶은 탐욕에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다가 결국 망가지죠. 하지만 코드는 감정이 없습니다. 제가 부여한 논리와 룰을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완벽하게 지켜냅니다. 이게 제가 자동매매라는 세계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성공하면 인생이 바뀌고, 실패하면 ‘현재 유지’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대단한 금융 전문가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의 퀀트 애널리스트도 아니고, 복잡한 수식을 다루는 수학 전공자도 아닙니다. 그저 매일 출퇴근 지옥을 겪는 평범한 IT 직장인이, 퇴근 후에 피곤한 눈을 비비며 키보드를 두드려 혼자 만들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이 프로젝트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수도 있고, 처참하게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도전을 아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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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정말 제 인생이 달라집니다. 복리의 힘이 작동하는 자동매매 시스템이 단 하나라도 완성된다면, 자는 동안에도 수익이 스스로 눈덩이처럼 쌓이는 구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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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실패해도, 제 삶은 ‘현재 유지’입니다. 봇이 돈을 잃는다고 당장 직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밤을 새우며 배운 파이썬 코딩 실력과 데이터를 다루는 경험, 수많은 에러와 싸워 이긴 논리적 사고력은 오롯이 제 무기로 남습니다.
잃을 건 시간뿐이고, 얻을 건 무한대인 게임.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저만의 알고리즘을 찾아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차트 데이터로 백테스트를 돌리고, 참담하게 실패하고, 원인을 찾아 수식을 수정하고, 또다시 실패하는 굴레. 저는 지금도 여전히 그 치열한 과정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이 블로그는 그 좌충우돌 여정의 날것 그대로의 기록입니다. 제가 결국 성공해서 유의미한 수익을 낸다면, 오셔서 같이 기뻐해 주시고 영감을 얻어가 주세요. 만약 제가 보기 좋게 실패하고 깡통을 찬다면, ‘아, 저렇게 코드를 짜면 망하는구나’ 하고 철저한 반면교사로 삼아 가시면 됩니다.
다음 글에선 제가 의욕만 앞서서 처음으로 만들었던 자동매매 봇이 얼마나 처참하고 형편없는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 부끄러운 첫 실패담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